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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D 조합원을 만나다 ⑤ : 이형렬 조합원]

에이유디 사회적협동조합/조합원 소개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20. 11. 12.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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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에이유디의 열 손가락을 알고 계신가요?
지난 4월, 에이유디에 입사하면서 “들리지 않는 분들에게 훌륭한 귀가 되어드리기 위해 손가락으로 열심히 뛰겠다”는 멋진 다짐을 보여주신 분이 계십니다.
블로그에서도 종종 얼굴이 보였었죠? 바로, 이형렬 문자통역사님이십니다.
에이유디의 정직원이자 생산자 조합원으로서 열 손가락으로 열심히 뛰고 계시는 이형렬님을 자칭(?) 에이유디 홍보꾼 청년혁신활동가 김소희가 만나봤습니다.

 

AUD사회적협동조합 이형렬 조합원님

안녕하세요, 이형렬님.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27년 대구토박이로 지내다 작년에 서울로 올라온 이형렬이라고 합니다. 저는 에이유디 사회적협동조합의 직원 조합원이자 생산자 조합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작년부터 서울에서 지내고 계시는데, 서울 생활은 할만해요?
아시다시피 지방은 취직이 어려워서 대구 친구들도 서울에 꽤 많이 있어요. 그래서인지 외롭다는 생각이 별로 안 드네요 단지 어머님께서 저를 보고 싶어하셔서 달마다 한 번 대구에 다녀갑니다.

먼저, 에이유디의 정직원이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소감 한마디 부탁드릴게요.
네, 굉장히 기쁩니다. 진짜 입바른 소리가 아니라, 좋은 사람들이 함께 모여서 좋은 목적을 갖고 일하는 곳에서 정직원으로 일할 수 있게 되어서 정말 행복합니다. 제가 자격증을 딴 지 약 2년이나 돼 가는데, 워낙 취업 시장이 어려운 직업이다보니 이렇게 빨리 정규직이 될 수 있을 거라고는 정말 꿈에도 몰랐어요. 

에이유디에서 문자통역사로 일하고 있는데, 문자통역사가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문자통역사, 곧 속기사라고 하죠. 사실 원래 저를 알고 있던 사람들은 제가 속기를 시작하게 된 것을 알고 굉장히 놀랐어요. 또, 오랫동안 연락이 안 되다가 오랜만에 연락이 된 친구들 같은 경우에도 제가 속기를 하고 있다는 걸 알면 깜짝 놀랄 거예요. 저도 제가 속기사(문자통역사)를 하게 될 줄은 몰랐거든요. 

제가 사실 전공이 역사랑 철학이었어요. 인문학에 관심이 많았던 그저 평범한 인문대생이었죠. 처음에는 제가 대학원에 가서 공부를 할 줄 알았어요. 대학교 2학년까지는 철학의 길을 진지하게 걷고 싶었고, 3년 전까지만 해도 신학을 전공하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제가 좀 신앙에 대해 고민과 방황을 많이 했었거든요. 그래서 결국 신학대학원을 포기했어요. 소위 스펙이라고 하죠? 대기업에 입사하기 위해서 쌓아야 하는 그런 스펙들에 전혀 관심 없이 그저 책만 읽었던 것 같아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특히, 신학 관련 책을 엄청 좋아했어요. 그러다 졸업할 시기가 다가오니까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는 거예요.

고민을 하면서 문득 자기들만의 기술을 가지고 그 기술을 연마하면서 사는 사람들이 생각나더라고요. 흔히, ‘장인’이라고 하잖아요. 그런 사람들은 자기의 기술을 가지고 있어서 주체적인 면도 있고 또 창조적인 면도 있기 때문에, 자아실현과 굉장히 밀접한 삶을 살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서 찾아보다가 ‘속기사’라는 직종을 알게 되었어요. 흥미를 갖게 되어서, 과감하게 비싼 가격을 주고 속기용 키보드를 구매했고, 덕분에 지금까지 후회 없이 즐겁게 일하고 있답니다.
이제는 에이유디의 정직원도 되었으니, 어딜 가도 실력만큼은 뒤지지 않고 부끄럽지 않고 인정받을 수 있는 그런 문자통역사가 되고 싶어요.

사실 속기사(문자통역사)가 잘 알려진 직업은 아니잖아요. 청각장애인들한테는 그래도 알려진 직업이겠지만요. 그래서 저는 감사한 마음이 참 커요.
실제로 많은 분에게 도움 되는 일을 하고 있으니, 그만큼 보람도 있고 기술도 재미있어서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소희 님도 열심히 홍보해 주신 덕분에 에이유디가 전보다 더 많이 알려지고 있는 것 같아서 저도 역시 감사합니다.

쉐어타이핑 문자통역서비스를 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바로 얼마 전에 있었던 NADA페스티벌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올해 처음으로 청각장애인분들에게 쉐어타이핑 스마트 글래스를 제공해 드렸고, 덕분에 그분들께서 공연을 즐길 수 있었잖아요. NADA페스티벌에 오셨던 청각장애인 중에 한 분이 저한테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오늘처럼 이렇게 오랫동안 공연을 즐겼던 적은 태어나서 처음이라고.
스마트 기기로도 문자통역서비스를 할 수 있다는 것,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에서는 에이유디의 쉐어타이핑 플랫폼만 가능한 시스템이거든요. 저는 청각장애의 역사에 있어서 이런 시도가 기념비적인 것이라고 생각해요. 전에는 이런 시도가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지금은 에이유디에서 하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NADA페스티벌 문자통역을 하면서 겪은 보람은 정말 이루 말로 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가장 기억에 남아요. 앞으로 스마트 안경이 지금보다 더 가볍고 값도 싸고, 안경 착용 유무와 관계없이 편할 수 있도록 개발되어서 더 많은 청각장애인분이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저도 공감이 많이 가는 게, 저 역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이나 콘서트에 가고 싶어하는 편이예요. 이렇게 저뿐만 아니라 모든 청각장애인분들이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자유를 누리는 그날이 왔으면 정말 좋겠어요.
맞아요. 저도 청각장애인에 대해서 잘 몰랐을 때는 청각장애인분들이 공연을 즐긴다는 것에 대해서 ‘정말?’ 하면서 놀랐었는데, 이번 NADA페스티벌에서 문자통역을 하면서 그 광경을 직접 경험하게 됐어요. 아마 에이유디의 생산자조합원이 아닌 다른 속기사(문자통역사)분들은 이런 식의 문자통역을 경험하지도, 상상하지도 못할 거예요.

형렬님은 지금 에이유디에서 정말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경험을 하고 계시네요.
그래서 저는 에이유디 사회적협동조합을 정말 사랑합니다. (웃음)

 


넘나 센스있으심!!! 사랑이 매우 넘치시네요 :) 애사심이 대단하신 형렬님~~

 

문자통역사로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에 대해 얘기해주세요.
며칠 전에 수원시 평생학습관에서 문자통역을 했었어요. 조국 교수님의 인권 강의였는데, 저녁 7시부터 9시까지라는 늦은 시간이었어요. 그때 제가 컨디션이 별로 안 좋았어요. 왜냐하면 며칠 동안 기본 두 시간 왕복에 문자통역을 저녁 내내 하느라 꽤 피곤한 상태였어요. 그런데 그 날 청각장애인분들께서 교통편 문제로 좀 늦으시는 거예요. 그래서 그분들은 오시면서 스마트폰으로 쉐어타이핑의 장점을 활용해 현장에 없이도 문자통역을 받으셨거든요, 처음에는. 어쨌든 현장에는 청각장애인분들이 없었고 저 혼자 있었던 거죠. 그런데 피곤한 상태라서 오탈자도 많이 나고 너무 힘든 거예요. 그러다 문득 청각장애인분께서 오셨나 하고 뒤를 돌아봤는데, 청각장애인분께서 어느새 도착하셔서 한 5미터 정도의 간격을 두고 뒤에서 제가 치고 있는 내용을 스마트폰과 교수님을 보면서 내용에 집중하고 계시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니까 갑자기 힘이 막 샘솟는 거예요.

제가 예전에 방송 자막에서 일했었는데, 방송 자막은 송출실에서 하는 거라 청각장애인분들과는 거리감이 있어요. 그 차이가 있더라고요. 이 강의는 직접 현장에서 청각장애인분 옆에서 문자통역을 하는 거잖아요. 제가 치고 있는 내용을 보며 청각장애인분들께서 고개를 끄덕거릴 때, 심지어는 농담을 받아쳤는데 웃으시는 거예요. 그때 느꼈던 쾌감이 정말 장난 아니더라고요. 원래는 그 분들이 이런 소소한 농담들부터도 소외되어 있었는데. 제가 이렇게 치니까 그 분들도 다른 청강생들과 같이 웃음을 공유하게 되잖아요. 그러니까 정보만 공유하는 게 아니라 이런 소소한 감정도 공유가 되는 거죠. 이런 자연스러운 리액션을 보면, 저는 되게 힘도 나고, 손도 더 가벼워지고, 마음도 결연해지고, 보람도 느껴지고, 재미있어서 좋아요.

반면에, 문자통역사로서의 고충도 있을 텐데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사실 사람들이 ‘속기사’(문자통역사)라고 하면 약간 그런 게 있어요. 받아 적는 부분에 대해서는 전지전능하다는 이상한 선입견이 있더라고요.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문자통역사도 행사 정보가 미리 필요하고 그것을 모르면, 무슨 내용인지 몰라서 다 받아 적을 수가 없거든요. 저번에 제가 어떤 행사의 담당자님께 자료를 요청하니까, 속기사(문자통역사)인데 왜 자료를 요청하냐고, 다 받아적을 수 있는 거 아니냐고 하셨어요.

속기사 1급 자격증 조건이 분당 330글자를 90% 이상 안정적으로 칠 수 있어야 하거든요. 그런데 사람 말이라는 게 생각보다 빨라요. 특히, 말 잘하는 사람이나 무대체질인 사람의 경우 말이 정말 수다맨처럼 빨라요. 아무리 요약하고 정리하면서 치려고 해도 너무 말이 빠르니까. 원래는 2시간은 칠 수 있는 체력인데 30분만 쳐도 엄청 힘들고 오탈자도 막 나오는 거예요. 그래서 그럴 때마다 되게 마음이 힘들어요. 청각장애인분에게 문자통역을 제대로 해주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도 들고, “내가 정말 속기사인가? 이런 것도 속기하지 못하면서 나를 속기사라고 할 수 있는가?”하는 회의감에도 빠지곤 해요. 그래서 방송자막처럼 2인 1조로 협동하여 치는 시스템이 에이유디에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하는데, 아직은 안 되니까 실력을 더 길러야겠죠.

여하튼 문자통역이 잘 되면 정말 내가 문자통역사답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 때가 가장 기쁘고, 내가 정말 속기사인가라는 생각이 들 만큼 강의 주제가 어렵고 말이 빠를 때는 좀 고충을 많이 느껴요.
말의 속도가 보통이거나 내용이 쉬우면, 연속으로 몇 시간씩 해도 별로 힘들지 않은데 내용도 어려운데 말마저도 빠르면 체력도 정신도 엄청 부담이 많이 들어요. 어쨌든 속기사(문자통역사)는 결코 전지전능하지 않다는 것을 저는 강조하고 싶네요.

‘두 시간 문자통역 모두가 똑같은 두 시간이 아니다. 말이 느리면 두 시간이 쉽고 빠르면 한 시간도 어려운데, 이런 것을 보완할 수 있는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해야 할까’ 하고 에이유디 의사소통팀 내에서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일단 지금은 사전에 미리 강연자(발화자)의 말 빠르기라든가 주제 등을 파악해서, 어렵거나 힘들다고 판단이 되면 문자통역사를 두 명 이상으로 배치하는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제가 신경을 더 많이 써야 할 것 같아요.

방송자막의 2인 1조 시스템은 한 문장을 두 명이서 나누어서 치는 시스템이거든요. 그래서 대부분 안 놓치고 오탈자 없이 깔끔하게 칠 수 있어요. 이 시스템이 현재 생방송 청각장애인용 폐쇄자막의 방식이에요. 언젠가 에이유디에도 그런 시스템이 도입됐으면 좋겠네요. 물론 저작권 문제도 인건비도 평소보다 두 배 더 들겠지만, 그래도 전문적인 분야나 공적인 행사에서는 문자통역의 질이 결정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에 필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문자통역사로 일하면서 겪은 개인적인 변화가 있나요?
우선 두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은데요. 첫 번째로는 속기 자체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어요. 저와 제 동료들이 경험한 바로는, 지금 속기 시장이 별로 안 좋아요. 속기사(문자통역사)라는 직업 자체가 취업이 잘 안 되는 편이고, 취업이 되더라도 대부분 계약직에 박봉이에요. 그래서 아무래도 좀 많이 불안한 편이죠. 대학교 다닐 때나 속기자격증을 준비할 때는 아무 생각도 없었고 잘 몰랐었는데, 일하다 보니까 아무래도 결혼이라든가, 노후라든가 이런 현실적인 부분까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두 번째는, 좀 더 타인을 이해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고 해야 할까? 청각장애라는 게 의사소통의 불편인데, 의사소통이 인간관계에서 중요한 부분이잖아요. 저는 직업 특성상 청각장애인분들을 자주 만나 뵙고 이야기 하는 편인데요. 수화를 쓰지 못하는 청각장애인분들은 의사소통할 때 필담을 하거나 구화를 하니까, 그래서 더 신경 써서 상대의 말에 귀 기울여주고 이해하려는 자세를 배우게 되는 것 같아요. 비장애인들과 대화할 때도, 예전에는 쉽게 단정 짓고 넘어갔던 부분도 이제는 좀 더 귀를 기울이고 기다릴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앞으로의 문자통역사로서의 포부나 바람이 있다면?
예전에 <생활의 달인>에 속기사(문자통역사)가 나왔었어요. 저도 생활의 달인에 나올 만큼 출중한 실력을 가진 문자통역사가 되고 싶어요. 사실 잘한다는 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좋잖아요. 이런 기술적인 직업은 실력이 브랜드이면서 가치가 있으니까요.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저도 ‘명품 속기사’가 되고 싶어요. 더 열심히 연습을 많이 하면서 실력을 키우겠습니다.

쉐어타이핑 문자통역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저희 에이유디는 정말, 오로지 청각장애인의 정보 접근성을 위해서 일하고 있거든요. 청각장애인들을 위해서 누구보다 많이 고민하고 가격도 부담이 되지 않는 선까지 계속 줄이면서, 수익을 포기하면서까지 좋은 퀄리티의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저도 에이유디의 헌신적인 모습에 반해서 이렇게 문자통역사로서 함께하고 있거든요. 그러니 저희 에이유디와 쉐어타이핑 플랫폼에 대해 많이 응원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희는 청각장애인분들을 위해서 존재하는 곳이니 의사소통과 관련해서 어려움이 있으시다거나 고민이 있으시면 언제든 문의해주세요. 달려가겠습니다.

끝으로, 에이유디에서 이뤄내고 싶은 목표나 소망이 있다면?
에이유디에 생산자 조합원이 있는데, 프로그래머와 문자통역사분들이시고 문자통역 관련 콘텐츠를 생산하는 분들이세요. 문자통역은 문자통역사의 실력이 곧 서비스 퀄리티로 직결이 돼요. 그렇기 때문에 첫 번째 목표이자 바람은, 저희 에이유디의 문자통역사 분들이 “에이유디의 문자통역사는 정말 잘하시는 분들이야”라는 말을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지금까지는 실력 있는 문자통역사분들이 들어오셔서 너무 좋아요. 이렇게 잘하는 분들과 함께 일할 수 있어서, 배울 게 많아서 기뻐요. 그리고 두 번째는 저희 에이유디의 궁극적인 목표가 수화뿐만 아니라 다양만 의사소통 수단을 제공하는 의사소통 지원센터를 세우는 건데요, 이러한 에이유디의 발걸음에 저도 함께하고 싶어요. 물론 행정 업무는 아직도 서툴기는 하지만, 어쨌든 에이유디에서 의사소통지원센터를 설립하는 데에 제가 작게나마 기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진지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전해주셔서덕분에 얻는 내용도 많았고,
개인적으로 공감이 가는 부분도 굉장히 많았답니다.

이 분이 바로 우리 에이유디의 정직원이시라니!

자랑스럽고 뿌듯한 마음이 많이 드네요.
누구보다 자기 목표가 분명하고 포부도 큰 만큼
우리 에이유디에서 마음껏 꿈을 펼치셨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여러분, 에이유디의 자랑스러운 열 손가락에게 많은 응원을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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