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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D 조합원을 만나다 ① : 박원진 이사장]

에이유디 사회적협동조합/조합원 소개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20. 11. 5.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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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D 사회적협동조합 조합원의 생각과 사연을 알아보는 시간, <AUD 조합원을 만나다>를 기획하면서 상징적인 첫 시작을 누구로 하면 좋을까 고민할 수밖에 없었는데 역시,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소리를 눈으로 보는 세상을 꿈꾸고 청각장애인의 정보 접근 장벽이 사라진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본인도 청각장애인이자 이사장으로서 AUD 사회적협동조합의 창립부터 발전까지 모든 과정 가운데 고군분투한 이가 있다. 조합원 및 쉐어타이핑 이용자라면 누구나 익숙할 만한 사람, 박원진 이사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안녕하세요? 우선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에이유디 사회적협동조합의 이사장을 맡고 있는 박원진입니다.

먼저 새롭게 조합에 합류하신 조합원, 쉐어타이핑 이용자께 AUD가 어떤 단체인지 짧게 소개해 주세요.
우선 새로 오신 조합원, 가입자분들에게 환영한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어요. 우리 AUD는 사회적협동조합이며 보건복지부 인가를 받은 비영리 법인입니다. AUD는 문자통역으로 청각장애인의 의사소통과 사회참여의 장벽을 낮추고자 하는 목적을 갖고 있죠.

우리나라 청각장애인에게 법적으로 보장된 의사소통은 수화가 유일합니다. 작년 말에 통과된 수화언어법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정부 차원에서 수화통역지원제도가 계속적으로 활성화되고 있어요. 청각장애인의 입장에서 정말 감사하고 다행스러운 일이기는 하지만 아직 미흡하기도 합니다. 특히 저처럼 주로 입 모양(구화)을 보거나 말로 소통하시는 청각장애인분들을 위해 필요한 문자통역 지원제도는 법·제도적으로 보장이 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정부와 사회에서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빈틈을 채우고자 AUD를 설립하게 됐어요.
(편집자 주: 현재 문자통역은 장애인차별금지법 14조1항에 의해서 정부/공공기관에서 제공하도록 되어있습니다) 

AUD를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시작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요?
처음부터 사회적협동조합으로서 시작하자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어요. 제가 꿈을 갖고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 인큐베이팅 받고 있던 2014년도에야 협동조합 기본법이 통과됐거든요. 그때는 단순히 쉐어타이핑의 아이디어를 현실화하자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처음에는 영리기관으로 주식회사로 설립해서 사회적기업 인증를 받는 고민을 했는데 우리 AUD가 그런 식으로 일반기업처럼 수익을 창출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걸 깨달았어요. 수요층이 청각장애인으로 한정돼 있어서 시장이 작은 데다 서비스 제공 원가 비율이 굉장히 높았죠. 그래서 비영리민간단체를 생각해 보다가 우연히 사회적협동조합에 대해 들을 기회가 생겼어요. 비영리 협동의 방식으로 조합원들이 힘을 합쳐서 사회 문제를 해결한다는 방식이 청각장애인의 정보 접근성 실현이라는 제 꿈의 지향성과 맞아 떨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이제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AUD를 시작하시기 전 직업이 특수교사였다고 들었어요. 어떤 이유에서 사회적 기업가의 길을 걷게 되셨나요? 
특수교육과를 졸업해서 몇 년간 현장에서 특수교사로 일을 했었어요. 주로 정신지체, 자폐, 발달장애, 학습장애 학생들을 가르쳤지만 저 자신이 청각장애인으로서 청각장애인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가 되는 게 꿈이었어요. 제가 성장하면서 저를 어렵고 힘들게 했던 것들이 다음 세대에 되풀이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거든요.
하지만 제가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느낀 것은, 환경이 변하지 않으니까 비슷한 문제들이 계속 되풀이되고 있다는 것이었어요. 청각장애인 학생들이 시스템적인 한계에 부딪히지 않고 공부에 전념할 수 있는 그런 환경 자체를 만들어 주는 데에는 교사보다 사회적 기업가가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다고 느꼈고 거기에서 매력을 느꼈습니다. 교사에서 사회적 기업가로 직업이 바뀌었을 뿐이지 지금 AUD가 지향하고 있는 ‘모두가 행복한 소통’이라는 추구가치는 제 마음속에 늘 자리잡고 있었어요.

 

 

그렇다면 이사장으로서 조합 내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계시는가요?
사업은 6명의 발기인으로 시작을 했고 처음 의사결정 과정에서 저와 이범식, 강기영 이사님께서 주로 함께 머리를 맞대고 기획하고 실행했지만, 지금은 함께하고 계시는 조합원분들의 참여 덕분에 AUD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추진력이 더 강해지고 풍부해졌어요. 저는 우리가 협동조합이기 때문에 일단 사업을 진행하는 데 조합원의 의견수렴이 우선 되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저의 역할은 조합의 방향이라든가 목적을 명확하게 조합원들에게 보여주는 것이에요. AUD가 우리 사회에서 지향하고자 바를 제시하고, 또 AUD의 모습에서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발견하게끔 그림을 그리는 것이죠.

지금 3년 가까이 이사장직을 수행하고 계세요. 많은 일이 있었을 것 같은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순간들이 궁금해요.
최근 수화언어기본법 공청회가 있었습니다. 당연히 쉐어타이핑으로 문자통역 지원을 했는데 농인 분들의 입장에서는 수화언어법이 통과된 역사적인 날인지라 현장에 있는 청각장애인뿐만 아니라 공청회에 참여하지 못한 청각장애인분들도 쉐어타이핑에 접속을 해서 접속자가 100명이 넘었어요. 그때 많은 청각장애인분이 수화언어공청회의 현장 내용을 스마트폰 쉐어타이핑 어플리케이션으로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아하더라고요. 저한테도 고맙다고 하고요. 내가 올바른 길을 걷고 있구나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또 최근 AUD에서 개인문자통역서비스를 시행했는데 정말 많은 사람이 페이스북에 공유를 해주시고 공감해주셨어요. 이런 서비스가 생겼다고 지인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린 거예요. 정보 접근성에 대한 청각장애인의 욕구가 이만큼 컸다는 것이고, 또 수화통역 외에도 문자통역이 필요한 청각장애인분들이 많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죠.
실제로 개인문자통역서비스 지원을 받으신 분 중에 한 분이 계시는데 문자통역 지원을 받는 게 얼마나 감사했으면 카페에 장문의 글을 올리시고 카카오톡 등으로 함께 문자통역을 지원을 받으면 좋겠다고 홍보해 주시기도 했어요.

이처럼 조합원 및 쉐어타이핑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자발적으로 활동하시고 AUD의 가치를 알려주시는 게 제게는 가장 기뻤던 것 같아요.


그렇다고 마냥 좋은 순간만 있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때론 힘든 적도 있지 않았나요?
사실 좋았던 순간이 너무 많았지 힘든 적은 잘 없었던 것 같아요. 오히려 주변 사람이  저 때문에 힘들었던 거죠. 특히 이범식 이사님과는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해서 죄송하고 고마운 것도 많은데 어려운 중에도 계속 함께 해 주시니까 너무 감사해요.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굳이 꼽아보자면, 맨 처음 스마트폰 쉐어타이핑 애플리케이션이 출시됐을 때가 기억이 나는데요. 스마트폰에 실시간으로 자막이 떴을 때, 머릿속에서만 그렸던 게 실제로 되어서 가슴이 벅차올랐지만 그 기쁨이 오래가지는 못했어요. 쉐어타이핑이 지금은 퍼포먼스가 좋잖아요. 하지만 그때는 문자통역을 시작한 지 5분에서 10분이 지나면 점점 느려지기 시작하는 거예요. 그래서 실제 청각장애인분들에게 문자통역을 지원해 드리는데, 30분 만에 애플리케이션이 멈추니까 청각장애인분들이 보는 데 굉장히 답답해하시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는 내내 죄송하고 가슴이 아팠어요.


그렇군요. 쉐어타이핑이 지금처럼 잘 구동되기까지도 여러 시행착오가 있었던 거네요.
네, 맞아요. 그래도 여전히 내부적으로 피드백은 계속하고 있어요. 어떻게 하면 청각장애인분의 접근성이 더욱 향상되고 문자통역사 입장에서 좀 더 타이핑하기 편할까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죠. 그렇게 계속 업그레이드하고 있으니 앞으로 청각장애인 복지에 더 기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쉐어타이핑이 앞으로도 귀하게 쓰여질 것 같아 기대가 되네요. :) 지난 한 해 AUD가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그리고 2016년의 운영 방향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난 한 해는 2014년보다 매출액이 세 배나 성장했고 조합원 수도 6명에서 50명으로 늘어났어요. 또 비조합원 후원자분을 포함하면 60명 가까이 되고요. 이와 같이 목적사업을 후원해주시고, 동참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져서 양적으로 성장했던 한 해였어요.
특히 많은 청각장애인분들이 후원해주셔서 감사했고요.

2016년도의 방향에 대해서는, 양적 성장과 함께 자연스럽게 질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고민을 하게 됐는데 이는 서비스의 질뿐만 아니라 운영의 전문성, 그러니까 우리 사업에 대한 전문성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다행히 문자통역사님도 함께 직원으로 참여해주셨고 청년 혁신활동가도 능력있는 친구들이 함께 하게 되었어요. 항상 부족할때마다 채워주심에 감사하답니다. 

올해는 작년부터 이어왔던 B2B 문자통역이 더욱 활성화될 것을 기대하고 있어요. 
얼마전에 시작한 청각장애인 개인이 신청해서 참석하고 싶은 교육, 강연 등에서 활용할수있는 개인 문자통역서비스가 더욱 활성화되어 저렴한 가격으로  더 많은 분들이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하는 것이 사업적인 바람이고요. 

AUD의 슬로건이 모두가 행복한 소통이니까, 우리 사회에서 청각 장애인분들이 행복한 소통을 누릴 수 있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소통이라는 것은 일방향이 아니라 쌍방향이기때문에 청각장애인과 소통하는 가족, 친구, 동료 들까지 모두가 함께 소통하는 세상이 우리의 꿈이고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어요. 


이사장님의 개인적인 꿈도 궁금해지는데요? 
개인적인 바람은 지난 몇 년 동안 일에만 매진하다가 작년 말 올해 초에 대상포진에 걸려 크게 앓으면서 한동안 고생을 했는데, 그래서 올해는 꿈이 소박해요. 자녀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단란하고 행복한 가정. 남편과 아버지 역할을 잘하고 싶은 게 제 개인적인 꿈입니다.
우리의 각 가정이 행복해야 AUD도 행복할 수 있는 거잖아요?

마지막으로 조합원 및 쉐어타이핑 이용자분들에게 한 말씀 해 주세요.
우리 AUD의 사업과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그중에서도 구체적으로는, 문자통역이 지원되지 않는 현장이 있으면 가만히 있지 말고 적극적으로 건의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안 해 주는 게 아니라 몰라서 못 해 주는 경우도 많거든요. 그러면 주최 측에서 문자통역을 어떻게 지원을 하냐고 물으면 우리 AUD를 소개해 주면서, AUD에서 문자통역을 지원한다고 알려주기만 해도 다 연락이 와요.
청각장애인의 정보 접근성의 권리를 위해 적극적으로 적극적으로 요청을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것도 조합원의 역할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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